2024. 9. 16. 19:27ㆍ카테고리 없음
오랜친구가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에 놀러왔다.
아이들을 마크하며 우리는 또 소소한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 중 화제가 여행이었다.
여행에 대해서는 사실 30대초반부터도 시들시들,
근데 그 이유가 내가 다 다녀왔던 곳, 혹은 살았던곳들, 혹은 내가 별로 좋아하지않는 동남아지역들을
사람들이 거론하는 것일뿐,
정말 내가 가고싶은 곳에 대한 여행열정은 아직 남아있다는것.
그러니까. 내가 자주 갔었고 ,다른사람들이 주로 다니는 곳들은 내가 가고싶은곳이 아니라서 여행에 대해 단순히, 어, 거기 가봤는데, 어, 거기 가봐도 별거 없던데, 등등으로 치부되기때문에 내가 어느순간 여행=별 관심없는 것 , 이라고 생각했던것같다.
내 친구가 물었다.
“그럼 뉴욕은 어때?”
나는 그 순간...헉...어...나 아직 뉴욕좋아하네...“어?.어..... 나 뉴욕은 음..그치 뉴욕은 가지. ㅋㅋㅋㅋㅋ”
이러고있는 나를 발견.
역시 내 친구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친구.
헛점을 찌르는군. 이녀석.ㅋㅋ
그래서 결론.
아직은 가보지 못한 파리와, 그리고, 내 최고의 사랑 뉴욕은 글쎄
아무리 혼자일지라도, 외로울지라도, 너~~무 피곤한 이코노미일지라도,
누가 돈과 시간을 대준다면,
당연히 가야지.!!!!!!!!!!
그러니까, 내 모든 피곤함을 설렘이 다 이겨버리면, 결국 떠나게되는것이 여행인가 싶다.
미드도 잘 안보던 내가,
영화도 즐기지 않던내가
영어를 전공했다는 이유로
처음 미국에 갔을때,
아마 그것이 내가 상상해보던것, 혹은 익숙한 어떤 것이아니라,
내가 전혀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사실 크게 관심도 없었던 곳이라
더 깜짝놀랐을지도모른다.
그리고나서 요즘들어 미드나 영화에 친숙해지도
사실 더 문화나 언어가 익숙해지기도하고,
(영어인생이 길어지다보니)
그러면서, 지금 다시 미국에 가라고하면,
글쎄, 거기가서 살라고하면
별로 재미없을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인종차별서부터 시작해서 너무많은걸 알아버렸고
그들과 내가 철저히 분리되며, 더이상 어떤 것이 생경하지않을것이고,
내가 그 모든 어려움(어색함, 이방인으로서의 고충)을 이겨낼 체력이나 동기도 없기때문이겠지.
그래서 문득생각을하면,
20대였어서 가능했던건지
혹은 내가 몰라서 가능했던건지 모르겠다.
내가 했던 무수한 도전과 시행착오, 칠전팔기 정신들...
그 세월들은
아마 아무도 “그거 꽤 힘든 일이야. 너 쉽지 않을거야. ”라고 얘기해주지 않아서.
였겠지?
그리고 아마 그때는 아무리 부정적으로 말해줘도 오히려
”됐거든. 내가 한번 해본다는데 왜 초치고 그래.“ 뭐 이런 마음으로 해봤을것 같다.
후회는 남기지 않아야하니까.
그리고 잘했다.
내게 맞는 일과 내게 맞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들이
그래도 20대에 거의 다 결정될 수있어서.
30대가 빠르게가는건
어쩌면
내가 루틴을 따르고있기때문이며
그 루틴은 내가 어느정도 만족하기에 지속하고있는 생활이라는 반증일테니
이제 꺾일대로 꺾여 40대를 향해가지만
그렇게 또 인생에 큰 미련도 없고
이런마음들이 된건,
아마 10대와 20대에 내가 가진 에너지의 대부분을 써버렸기때문일것이다.
여행대신
책으로 배우련다.
이제는
그리고 조만간 다시 한 번 긴 비행을 할 수있는 체력이 만들어진다면
파리에 가야지
내가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한 번 씩 파리에 대한 곡을 썼거나, 파리에 대한 노래를 불렀거나, 파리에서 유학을 했다.
취향이 잘 변하지않는걸 보면
파리는 아마 30대의 끝자락 정도에 꼭 가지않을까 싶다.
이맘때가 1년중에서 제일 잡생각이 많아지고
힘들어지는 시기임을 너무나 잘안다.
그래서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37의 가을이 또 아쉬워지는 날이 오겠지.